듣기멘터리 (5) : 영어 듣기를 위해 필요한 것 (II) – 의미 분석

토종네이티브 - 듣기멘터리 (5)

안녕하세요. 토종네이티브 팀의 오창현입니다.

듣기멘터리 시리즈 7부작의 다섯 번째, ‘영어 듣기를 위해 필요한 것 (II) – 의미 분석’ 편인데요.

앞의 시리즈를 모두 읽으셨다면, 영어 듣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얼마나 복잡한 과정으로 이루어지는지 알게 되셨을 겁니다.

하지만 그 중요성과 복잡성에 비해, 듣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는 사실도 깨달으셨겠죠.

지금까지 알려드린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듣기’란 결국 ‘소리’라는 박스에 담긴 ‘의미’라는 내용물을 찾아내는 과정이고, 크게 다음의 2단계로 나눠진다고 했습니다.

  1. 소리 인식 = 박스를 받는다
  2. 의미 분석 = 박스를 풀고 내용물을 찾는다

또 이 2단계는 뇌과학적 측면에서 6개의 세부 단계로 나눠진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에는 6단계에서 ‘소리 인식’에 해당하는 1,2,3단계를 지나면, 마치 띄어쓰기가 잘 되어있는 글을 읽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는 점도 알려드렸는데요.

1,2,3번 단계, 즉 ‘소리 인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듣기’가 아래 글을 읽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되지만,

“fou___orean____enyearsa___urfa_______ughtfor__ont_____
ntinen___ewnationconceivedi_____rtyand_____atedto__epropo
_______hatallmenar__reatedequal”

제대로 된다면, 아래의 글을 읽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고 했습니다.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 our fathers brought forth on this continent a new nation conceived in liberty and dedicated to the proposition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었죠.

  1. 청력에 이상이 없어야 한다.
  2. 영어 자모음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3. 그 자모음 속에서 영어 단어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많은 단어의 소리(발음)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여기까지 이해가 되셨다면, 나머지 4,5,6단계에 해당하는 ‘의미 분석’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편에서 말씀드렸듯이, 4,5,6단계는 글로 쓴 영어를 해석하는 것과 비슷한 과정입니다.

다만, 아주 큰 차이점이 하나 있는데요.

‘읽기’에서는 글이라는 수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듣기’는 오로지 머릿속으로만, 훨씬 짧은 시간 내에 이 과정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흔히 말하는 ‘암산’을 해야 하는 것이죠.

듣고 해석하기 = 암산?

암산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만 해드리겠습니다.

미국 등 영어 문화권에서는 동양인에 대해 흔히 갖고 있는 고정관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수학/계산을 잘한다’라는 것인데요.

그런데 제가 느낀 바로는, 이게 고정관념이 아니라, 실제 미국 사람들이 계산에 정말 약하다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냐면,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도 우리는 쉽게 할 수 있는 거스름돈 계산을 현지인 점원은 꼭 계산기나 포스기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도 있냐면, 물건 값이 $17.32가 나왔는데, 잔돈을 남기고 싶지 않아 $22.32를 내밀자, $5를 거슬러 주는 것이 아니라, 어쩔 줄을 몰라 합니다.

‘아니 $20짜리 한 장만 주면 되는데, 왜 이 잔돈들을 주는 거지?’라는 표정으로 말이죠.

물론, 개인적인 경험이라 편견일 수 있겠지만, 제가 경험한 바로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왜 미국인들은 계산에 약할까?’라는 질문에 제가 나름대로 생각한 답이 있는데요.

제가 유학 준비를 하면서 미국의 수능에 해당하는 SAT 시험을 볼 때, 수학 시험 시간에 계산기를 갖고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어려운 문제가 나오길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SAT의 수학 문제는 한국 수능의 수학 영역보다 훨씬 쉽습니다.

실제로 한국 유학생 대다수는 만점을 받기도 합니다.

즉, 문제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미국 고등학생들의 평균 수학 능력이 (한국 학생들보다) 떨어지다 보니, 난이도가 높지 않아도 계산기를 허용한다는 것이죠.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에서는 SAT뿐 아니라 고등학교 수학 시험에서도 대부분 계산기를 쓸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일찍부터 계산기에 의존하다보니 암산 능력이 발달이 안 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갑자기 암산 능력이나, 미국 SAT 시험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뭘까요?

당연히 ‘영어 듣기’에 대한 이야기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계산기에 의존하다 보니, 머리로 암산하는 능력이 발달되지 않았다.

암산에 대한 미국인들의 이야기를 한국인들의 영어로 바꿔 볼까요?

눈(읽기)에 의존하다 보니, 귀로 듣고 해석하는 능력이 발달되지 않았다.

자, 지금까지 미국인들의 암산 이야기를 왜 꺼냈는지 이해가 되실 텐데요.

더 큰 문제는 ‘듣기’는 ‘읽기’와 달리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읽기’ 만큼의 시간적 여유도 없이, 듣자마자 해석이 빠르게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빠르게?

원어민의 평균 말 빠르기는 분당 150단어 정도인데요.

원어민의 말을 듣고 바로 이해하려면, 1초에 2.5단어의 속도로 듣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속으로 4까지 세어보세요.

하나,

둘,

셋,

넷,

4초 동안 벌써 10단어가 지나갔습니다.

앞에서 보여드린 예문을 한 줄에 10단어씩 자르면 이렇게 됩니다.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 our fathers brought forth on this //

continent a new nation conceived in liberty and dedicated to the //

proposition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이걸 한 줄당 4초 만에 듣고 해석까지 마쳐야 한다는 말입니다.

맙소사! 정말 이런 게 가능하다고?

라는 생각이 드셔도, 벌써 용기를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당연히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죠. 불가능하다면, 이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부터 알려드릴 내용을 잘 이해하시고, 적용하시면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상태에 조금씩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소리에서 의미를 찾는 과정

자, 그러면 표의 아랫부분을 다시 확인해 봅시다.

위의 표에서 괄호 처리한 용어들(semantics, morphology, syntax)은 언어학의 주요 세부 분야와 일치하는데요.

  • 단어의 의미 (semantics)
  • 문법적 형태 (morphology)
  • 문법적 순서 (syntax)

이 세 가지 모여 전체 문장의 의미를 이룹니다.

이런 전문 용어를 쓰니 뭔가 대단히 어려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4,5,6 단계는 우리가 글로 쓰여진 영어를 해석할 때와 그 과정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글로 쓰여진 영어를 해석할 때, 어떻게 하는지 떠올려 보세요.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 our fathers brought forth on this continent a new nation conceived in liberty and dedicated to the proposition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이 문장을 처음 보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시나요?

첫 번째, 모르는 단어의 뜻을 사전에서 찾으실 것입니다.

4단계, ‘각 단어의 의미(semantic)를 파악’과 일치하죠?

만약, brought라는 단어의 뜻을 사전에서 찾았다면, ‘bring의 과거/과거분사형’이라는 것을 확인하셨을 텐데요.

5단계, ‘각 단어의 문법적인 형태(morphology)를 파악’에 해당합니다.

bring(기본형) + ‘과거’의 의미 = brought(과거형)

이렇게 ‘단어의 변형’으로 추가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죠.

다음, 마지막으로 모든 단어의 뜻을 알았다면, 그것들을 배열하고 조합해서 문장 전체의 뜻을 파악하려고 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한번에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아래와 같이 중간 단계를 거치겠죠?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 / our fathers brought forth / on this continent / a new nation / conceived in liberty and / dedicated to the proposition that / all men are created equal”

이렇게 단어의 뜻, 문법적 형태와 배열 순서를 바탕으로 문장 전체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죠.

6단계, ‘단어의 형태와 문법적 순서(syntax)를 바탕으로 문장 전체의 의미를 파악’에 해당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4,5,6 단계에 각각 필요한 조건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4단계: 각 단어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 5단계: 단어의 의미를 모아서 구문(phrase)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 6단계: 각 단어/구문의 문법적인 역할과 관계를 바탕으로, 문장 전체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여기서는 각 단계와 조건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고, 5~6단계 사이에를 조금 조정했는데요. 전체 문장을 쪼개서 중간 단계를 거치는 부분을 반영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의미 분석’을 위해 필요한 조건입니다.

뭔가 복잡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전혀 새로울 게 없습니다.

그동안 여러분이 영어를 해석할 때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던 과정을 구체적으로 풀어서 설명했을 뿐이죠.

이미 알고 계시는 부분이고, 실제로 영어를 해석 할 때도 이미 쓰고 계신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을 실제 듣기로 가져오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지금 여러분이 겪고 있는 문제 말이죠. 바로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입니다.

물론, 해결 방법은 있습니다.

영어를 1초에 2.5 단어씩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는 이유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알려드리기 전에, 이게 가능한 이유 두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로, 지금 당신은 이미 한국어로 이런 기적 같은 일을 매일, 매시간 처리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한국어가 되면, 영어도 된다’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 뒤에 숨겨진, ‘뇌 작용기전의 힘’을 말씀드리는 것인데요.

쉽게 말해, 우리가 언어를 듣고 순식간에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뇌의 작동 원리를 말합니다.

어떤 언어든, 기본적으로는 동일한 뇌 활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한국어를 듣고,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영어에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두 번째는, 이것이 완전히 새로운 능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사용되지 않고 있는 잠재된 능력을 깨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능력이 어떤 능력인지, 어떻게 깨우는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알려드리도록 하고요.

이야기가 길어졌으니, 마지막으로 ‘듣기’의 6단계 표를 한번 더 확인하고 마치겠습니다.

이제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이 정리되시나요?

잊지 마셔야 할 것은, 이 6단계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듣기 능력이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또 이 6단계의 모든 과정을 분당 150단어, 초당 2.5단어의 속도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영어든 한국어든 기본적으로는 동일한 뇌의 활동을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한국어가 가능하다면 영어도 가능하며, 그 능력은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잠재된 능력을 새로 깨우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음 ‘영어 듣기 능력 향상 플랜 (I) – 처리 속도‘ 편 부터는 ‘영어 듣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창현
토종네이티브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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