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멘터리 (6) – 영어 듣기 능력 향상 플랜 (I) – 처리 속도

안녕하세요. 토종네이티브 팀의 오창현입니다.

듣기멘터리 시리즈에서 해결 방법을 다루는 편에 왔습니다.

사실, “듣기 능력을 향상시키고 싶으시다면, 이렇게, 이렇게 하세요!”라고 간단하게 해결 방법만 말씀드리고 끝낼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듣기’라는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정확한 이해가 없다면, 잘못된 방법으로 빠지거나, 그 효과도 현저히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이렇게 긴 호흡으로 알려드리고 있는 것이죠.

지난 편에서, 듣기는 ‘소리’라는 박스에 담긴 ‘의미’라는 내용물을 꺼내어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그 과정은 크게

  1. 소리 인식 = 박스를 받는다.
  2. 의미 분석 = 박스를 풀고 내용물을 찾는다.

이 두 단계로 이루져 있고, 이 두 단계를 다시 세부적으로 나누면 아래 표와 같이 6단계로 나뉜다고 했습니다.

6단계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정상적인 ‘듣기’가 될 수 없고, 원어민의 평균 말 빠르기인 분당 150단어(초당 2.5단어)의 속도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알려드렸죠.

이번 편에서는 마지막에 언급한 ‘속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요.

듣기 능력의 향상은 결국 6단계 과정의 처리 속도를 향상시키는 것이기 때문이죠.

뉴스레터 구독 회원님이 보내주셨던 문제점.

“상대방의 말이 길어지거나 빨라지면,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이 문제도 결국에는 속도에 관한 것이고, 내가 처리할 수 있는 것보다 단어들이 훨씬 빠르게 휙휙 들어오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마치, 테트리스 게임에서 블럭 내려오는 속도가 빨라지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게임이 끝나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죠.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라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처음에 보여드린, 4 stage of learning/competence(학습/숙련의 4단계)와 일치합니다.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피라미드의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것이죠.

물론, 가장 이상적인 것은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3층에서 4층,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영어를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원어민의 속도도 편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 얼마나 노력해야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시간이나 학습량을 알려드리긴 어렵겠지만, 여기 참고할 만한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예전에 종합격투기 UFC 경기를 보다가 감명 깊게 본 장면인데요.

이미 KO 펀치를 맞아, 정신을 잃고 쓰러진 선수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자동적으로 펀치를 휘두르는 장면이였죠.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몸이 움직인다!”

이 선수의 상상을 초월하는 연습량을 대변하는 장면이며,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라‘라는 말의 의미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방금 위의 문장에서 ‘듣기 능력 향상’의 핵심 키워드가 나왔는데요. 혹시 눈치 채셨나요?

의식이 없어도 몸이 저절로 움직이게 만든 원동력은 바로,

연습

입니다.

얼핏 보면 별로 대단할 것도 없고, 또 ‘영어’와는 자주 연결되는 단어도 아니지만, 토종네이티브의 영어 학습 플랜에서는 가장 핵심이 되는 개념입니다.

여러분은 ‘연습’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아마 이런 게 아닐까 싶은데요.

  • 한 번 딱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점진적으로 숙련도를 늘려 나가는 것
  • 몸을 직접 움직여서 하는 것
  • 꾸준히 시간을 들여 반복해야 하는 것

사전에서는 이 ‘연습’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보겠습니다.

반복에 의하여 기능을 세련시키고 고정시키어 하등의 정신적 저항없이 용이하게 재생시키며, 어떤 장면에서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게끔 자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숙달하는 것”

제가 부분 부분 굵은 글씨로 처리한 부분이 있는데요. 연습의 목적과 과정을 잘 표현하고 있는 부분들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연습의 목적은 ‘자동적인 반응‘이고, 거기에 이르기 위한 수단/과정이 ‘반복‘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반복해야 할까요?

당연히 ‘듣기’ 과정을 반복해야 겠죠. 그런데 지금까지 ‘듣기’라는 과정은 무엇이라고 했죠?

‘소리를 듣고,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앞에서 말씀드린 듣기의 6단계를 연습하는 것입니다.

‘구분동작’에서 ‘연속동작’으로

악기, 운동, 춤 등을 배워본 경험이 있다면, ‘구분동작’과 ‘연속동작’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보통 처음 배울 때는 ‘구분동작’으로 하나씩 연습하고, 익숙해지면 그 구분동작을 모아 ‘연속동작’으로 연습하게 되죠.

제가 영어 듣기 향상을 위해 제시하는 연습 과정도 동일합니다.

(앞에서 듣기의 6단계를 그렇게 열심히 설명드린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먼저, ‘구분동작’과 같이 6단계에 하나하나 집중해서 연습하고, 각 단계가 숙달될수록 ‘연속동작’에 해당하는 ‘그냥 전체 영어를 듣고 이해하는 연습’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자, 그러면 6단계를 각각 연습할 때,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가장 효과적인 것은 ‘제약조건이론’을 따르는 것인데요.

‘제약조건이론(Theory of Constraints)’은 원래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전체 과정 중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그 부분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글의 주제인 ‘속도’의 측면에서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듣기’라는 과정을 공장의 조립 라인이라고 상상해보세요.

각 단계의 생산속도가 아래와 같다고 해봅시다.

  • 1 → 2단계 : 100단어/분
  • 2 → 3단계 : 80단어/분
  • 3 → 4단계 : 50단어/분
  • 4 → 5단계 : 70단어/분
  • 5 → 6단계 : 20단어/분

이런 경우라면, 앞의 단계에서 아무리 빨리 처리하더라도, 가장 약한(느린) 단계의 속도인 분당 20단어가 전체 속도가 됩니다.

그러면 어떤 부분을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까요?

당연히 가장 약한 5 → 6단계입니다.

이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다른 단계를 아무리 개선한다고 하더라도 전체 속도는 계속 분당 20단어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면 연습을 통해 5 → 6단계를 분당 60단어로 개선했다고 합시다. 이제 전체 속도는 분당 60단어일까요?

당연히 아니죠. 가장 약한 부분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3 → 4단계의 처리 속도인 분당 50단어가 전체 라인의 속도가 됩니다.

그러면 이제 3 → 4단계를 연습하면 되겠군요.

물론 위의 예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숫자로 나타낸 것인데요.

이렇게 듣기 처리 속도를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하기에 ‘느낌적으로 가장 약한 부분’을 정해 연습하면 됩니다.

초보자에게 적합한 듣기 처리 속도 향상법

그런데, 스스로 가장 약한 부분이 어딘지 모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경우, 대부분 초보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보통은 첫 단계부터 순서대로 가면 맞습니다.

이정도면, 위 표가 친근하게 느껴지시죠?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반복해서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초보자들은 이 표에 나온 순서대로 연습하시면 됩니다.

주의할 점은 전반적으로 영어 수준이 높아지게 되면, 가장 약한 과정이 뒤쪽으로 옮겨가는 경향이 있으니, 이 부분 참고해 주세요.

그럼 각 단계에 대한 전반적인 연습 플랜을 보겠습니다.

2단계 : 들은 음성을 자모음으로 분절하는 단계

  • 기초연습 : 영어 자모음 소리를 알아듣고 구분하는 연습
  • 실전연습 : 실제 영어 문장/구문/단어 속에서 자모음 소리를 구분해 내는 연습

3단계 : 분절된 자모음에서 단어를 찾아내는 단계

  • 기초연습 : 각 단어의 소리에 더 민감해지기 위하여, 각 단어 발음을 연습
  • 실전연습 : 실제 영어 문장 속에서 영어 단어를 찾아내는 연습(받아쓰기)

4단계 : 각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단계

  • 기초연습 : 한 단어의 ‘소리를 듣고’ (스펠링을 보고’가 아님!) 그 단어의 의미를 떠올리는 연습
  • 실전연습 : 실제 영어 문장 속에서 들은 영어 단어의 뜻을 떠올리는 연습

5단계 : 각 단어의 문법적 형태를 파악하는 단계

  • 기초연습 : 단어의 문법적 변형 (특히 과거형, 과거 분사형 등 동사의 변형)의 ‘소리를 듣고’ 그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연습
  • 실전연습 : 실제 영어 문장 속에서 들은 영어 단어의 뜻을 떠올리는 연습

(3,4,5단계 공통) 추가학습 : 꾸준히 새로운 어휘 학습

일단 여기까지 보고, 6단계는 뒤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엇을 해야 한느지’는 위의 설명으로 충분히 감을 잡으셨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따라서, 실제 연습을 ‘어떻게 하는지’까지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3,4,5단계를 보면 상당히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텐데요.

일단 공통적으로 ‘단어’라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결국 공통적으로 단어의 소리와 의미를 연결짓는 연습이 되는 것이죠.

여기서 반드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과정은 ‘번역’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무슨 말이냐,

‘cat’의 뜻은 ‘고양이’가 아닙니다. ‘고양이’는 ‘cat’와 같은 의미를 갖는 한국어 단어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cat’와 ‘고양이’는 모양이 다른 포장, 택배 박스일 뿐, 내용물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죠.

‘cat’의 뜻은 오히려 이것과 가깝죠.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따라서 3,4,5단계에 해당하는 듣기 연습을 할 때는 단어를 외울 때처럼 한국어로 번역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에 직접 가까이 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제 가장 큰 난관이라고 할 수 있는 6단계를 보겠습니다.

6단계 : 단어의 형태와 문법적 순서를 바탕으로 문장 전체의 의미를 파악하는 단계

  • 기초연습1 : 여러 단어의 덩어리를 듣고 뜻을 이해하는 연습
  • 기초연습2 : 문장을 귀로 끊는 연습
  • 실전연습 : (아는 단어로만 이루어진 문장을 이용하여) 귀로만 문장 전체의 뜻을 파악하는 연습

다시 지난 편에서 보여드린 문장을 예로 설명드리겠습니다.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 our fathers brought forth on this continent a new nation conceived in liberty and dedicated to the proposition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3,4,5단계를 통해 단어의 의미 파악이 모두 끝났다면, 다음 단계는 이렇게 됩니다.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 / our fathers brought forth / on this continent / a new nation / conceived in liberty and / dedicated to the proposition that / all men are created equal.”

이런 식으로 조금 더 작은 단위로 잘게 잘라서 접근하는 것이죠.

즉, 6단계의 연습은 이렇게 됩니다.

‘기초연습1: 여러 단어의 덩어리를 듣고 뜻을 이해하는 연습’은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와 같은 덩어리를 듣고 뜻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전 5단계 연습까지는 연습 범위가 ‘한 단어’로 국한이 되었다면, 조금 더 범위를 넓혀서, 여러 단어가 모여 하나의 의미를 이루는 덩어리를 이해하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이게 왜 한 덩어리인지 궁금하시다면, score를 사전에서 찾아보세요. 잘 알려지지 않은 뜻이 있습니다.)

‘기초 연습2: 문장을 귀로 끊는 연습’은 전체 문장을 어느 포인트에서, 어떤 덩어리로 잘라야 하는지를 계속 연습하는 것입니다.

다만 글로 쓰여 있는 것을 눈으로 자르는 게 아니라, 귀로만 듣고 머릿속으로 잘라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실전연습: (아는 단어로만 이루어진 문장을 이용하여) 귀로만 문장 전체의 뜻을 파악하는 연습’은 말 그대로 문장을 듣고 문장 전체의 의미까지 바로 가는 연습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단어들로만 이루어졌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2,3,4,5단계가 아닌, 6단계만 연습하게 됩니다.

이 단어와 문장 사이의 ‘덩어리’를 다룰 수 있는능력은 영어 듣기 능력의 가장 핵심이 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덩어리’를 다루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영어 듣기의 처리 단위를 늘리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듣기멘터리 시리즈의 마지막 편, ‘영어 듣기 능력 향상 플랜 (II) – 처리 단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창현
토종네이티브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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