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멘터리 (7) – 영어 듣기 능력 향상 플랜 (II) – 처리 단위

토종네이티브 - 듣기멘터리 (7)

안녕하세요. 토종네이티브 팀의 오창현입니다.

드디어 길고 길었던 듣기멘터리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 왔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영어 듣기’라는 하나의 주제만으로 이렇게 방대한 내용을 다루는 이유는, 그만큼 듣기가 매우, 매우, 아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듣기’가 안 되면, 아무 것도 안 된다는 점, 기억하시면서 마지막 시리즈, ‘영어 듣기의 처리 단위를 늘리는 방법’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저번 여섯 번째 편, ‘영어 듣기 능력 향상 플랜 (I) – 처리 속도’에서는 영어 듣기의 처리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드렸는데요.

3,4,5단계가 공통적으로 ‘단어의 소리와 의미를 연결짓는 연습’이라면, 마지막 6단계는 단어와 문장 사이의 ‘덩어리’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마지막, ‘덩어리’를 다루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 즉 ‘영어 듣기의 처리 단위를 늘리는 방법’을 이번 편에서 자세히 다룰 텐데요.

이 능력은 ‘영어 듣기 능력’에서 가장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마법의 숫자 7 (±2)

인지심리학에는 ‘마법의 숫자 7 (±2)’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1956년 George A. Miller가 발표한 논문에서 나온 개념인데요. 인간 단기기기억의 한계를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무슨 말이냐, 인간은 한번에 5~9개의 정보밖에 처리하지 못한다고 하는데요.

숫자로 예를 들면,

3 1 4 1 5 9 2 6 5

이렇게 9개 이상이 넘어가면, 다 기억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작업기억(Working Memory)’라고도 하는 이 단기기억은 ‘듣기’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상대방이 긴 말을 할 때, 뒷부분을 듣는 와중에도 앞부분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어야 전체 내용을 놓치지 않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미 지나간 말을 담아두고 있는 공간’이 바로 이 단기기억/작업기억입니다.

그런데, 단기기억에 최대 9개까지 저장하지 못한다면, ‘인간은 9개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진 말은 평생 처리할 수 없다는 말인가요?’ 라는 질문을 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네, 정말 좋은 질문인데요.

물론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래 예시를 통해 그 방법을 살펴볼까요?

03010717081510031009

위 숫자 조합은 무려 20자리입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가는 범위이죠.

하지만 조금만 변화를 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0301 / 0717 / 0815 / 1003 / 1009

이렇게 덩어리로 구분하면, 5대 국경일의 날짜가 됩니다.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숫자는 20개이지만, 4자리씩 5개로 나눌 수 있게 되면서, 충분히 단기 기억에 저장할 수 있는 단위가 되는 것이죠.

이것을 chunking(덩어리짓기)라고 합니다.

이는 영어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 our fathers brought forth on this continent a new nation conceived in liberty and dedicated to the proposition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이 문장은 총 30개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뜻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작업기억에 이 내용을 임시로 저장해야 하는데, 30개의 단어를 무슨 수로 저장할까요?

아무 규칙이나 관련성이 없는 단어의 나열이라면 불가능하겠지만, 이것은 엄연히 규칙과 개연성을 가진 ‘언어’입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죠.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 / our fathers brought forth / on this continent / a new nation / conceived in liberty and / dedicated to the proposition that / all men are created equal.”

이제 3~6개의 단어로 되어 있는 덩어리 7개로 나눠졌죠?

이렇게 덩어리로 처리하면, 충분히 머릿속에 담을 수 있는 양이 됩니다.

영어 문장이 조금만 길어져도 알아듣기 힘든 이유

이제 영어 듣기에서 처리 단위를 어떻게 늘릴 수 있는지, 대충 감이 오셨을 텐데요.

말이 조금만 길어져도 못 알아듣는 이유 중 하나는 덩어리가 아닌, 개별 단어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0301, 0717, 0815 같은 숫자 조합을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에게 보여준다면?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겠죠.

외국인에게는 ‘5개의 국경일 날짜’가 아닌 그저 ‘20개의 숫자’로 보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를 덩어리로 처리할 수 있다면 단 1개의 덩어리로 처리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6개의 단어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벌써 작업기억의 용량이 꽉 차게 됩니다.

그렇다면, 똑같은 단어의 묶음을 덩어리로 처리하느냐, 개별 단어로 처리하느냐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단어 사이의 연관성을 인식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에서, 원어민이라면 four와 seven을 듣는 순간 ‘무언가 숫자에 관련된 내용이 나올 것이다’라고 예측이 가능합니다.

바로 그 다음의 years와 ago를 듣자마자 ‘아, 그 숫자는 시간, 그 중에서도 년 단위였구나’라고 인식하고, ago가 끝나자마자 무의식중에 하나의 단위로 묶어 해석하게 됩니다.

그와 동시에 뒤에 나오는 또 다른 덩어리를 듣고 처리하는 과정이 진행되는 것이죠.

길게 풀어서 설명했지만, 이 모든 과정이 우리 뇌에서 순식간에 일어납니다.

그리고 원어민이 이렇게 빨리 처리할 수 있는 이유는 X years ago라는 말이 들어간 문장을 수 없이 들어 봤고, 보통은 ago까지 의미가 끝나고 그 다음부터 다른 의미의 단어들이 나온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체득했기 때문입니다.

즉 한마디로 정리하면, ‘패턴 인식 능력’이 생긴 것입니다.

이 패턴 인식 능력은, 뇌에 수많은 입력을 해주면 저절로 생겨나게 됩니다. 원래 인간의 뇌라는 것이 고도의 패턴 인식 기계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그 패턴 인식 능력을 만들기 위한 수많은 입력은 어떻게 하느냐?

여기에는 ‘반복된 연습’, 이 한마디로 답할 수 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이 ‘연습’으로 돌아오는 것이죠.

처리할 수 있는 단위의 확장

지금까지 말씀드린 모든 내용을 관통하는 하나의 핵심 주제를 정리하면 바로, ‘처리할 수 있는 단위를 늘린다’인데요.

조금 전에 이야기한 단어의 덩어리짓기(chunking) 역시 마찬가지죠.

한번에 한 단어가 아니라, 4~6개 단어를 한 덩어리씩 처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처리 속도가 4~6배는 빨라집니다.

그리고 2~6단계 연습의 초점, 또는 연습 단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2단계: 자모음
  • 3~5단계: 단어
  • 6단계: 단어 덩어리 → 문장

언어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자모음에서 시작해, 단어를 거쳐, 문장으로 나아가는 것이죠.

결국 듣기 능력의 수준을 다르게 말하면, ‘현재 처리할 수 있는 단위의 크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토종네이티브가 초보자분들께 드리는 영어 말하기 학습의 로드맵이 ‘(자모음) 소리 – 단어 – 문장’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처리할 수 있는 단위이 크기를, 아주 체계적으로 하나씩 늘려나가는 것이죠.

자, 이제 듣기멘터리 시리즈도 거의 마지막에 이르렀는데요.

듣기멘터리 시리즈를 잘 따라오셨다면, 적어도 ‘영어 듣기’에 관해서 당신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제 당신은 ‘영어 듣기가 안 되는 이유가 단 2가지로 압축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것이 각각 ‘소리 인식’과 ‘의미 분석’으로 나눌 수 있는 듣기의 양 축과 관련되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소리 인식’과 ‘의미 분석’은 뇌과학적으로 6개의 세부 단계로 나눌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죠.

마지막으로, 그 6개의 각 단계에 따라 듣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세부 연습 플랜도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접하신 내용들은 그 어떤 영어 관련 정보보다 유용하고, 실용적이며, 핵심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를 시작할 때 말씀드린 것처럼 그냥 알고 끝내는 게 아니라, 직접 적용하고 실천해야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리즈가 당신의 영어 듣기 실력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는 이제부터 전적으로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Please, do something with this.

아래 6단계 연습 플랜을 다시 첨부해드릴 테니, 한번 읽고 지나가지 마시고, 따로 적어놓든, 프린트를 하든, 두고두고 참고하면서 당신의 영어 듣기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만약, 이 플랜에 따라 스스로 실행하는 것이 어렵다면, 이 플랜에 따라 설계된 Re:ACTION English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그럼 길고 길었던, 듣기멘터리 총 7부작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여기까지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오창현
토종네이티브 팀

보충 자료 : 뇌과학 기반 영어 듣기 6단계 연습 플랜

2번: 들은 음성을 자모음으로 분절하는 단계

  • 기초연습: 영어 자모음 소리를 알아듣고 구분하는 연습
  • 실전연습: 실제 영어 문장/구문/단어 속에서 자모음 소리를 구분해 내는 연습

3번: 분절된 자모음에서 단어를 찾아내는 단계

  • 기초연습: 각 단어의 소리에 더 민감해지기 위하여, 각 단어 발음을 연습
  • 실전연습: 실제 영어 문장 속에서 영어 단어를 찾아내는 연습 (받아쓰기)

4번: 각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단계

  • 기초연습: 한 단어의 ‘소리를 듣고’ (‘스펠링을 보고’가 아님!) 그 단어의 의미를 떠올리는 연습
  • 실전연습: 실제 영어 문장 속에서 들은 영어 단어의 뜻을 떠올리는 연습

5번: 각 단어의 문법적 형태를 파악하는 단계

  • 기초연습: 단어의 문법적 변형 (특히 과거형, 과거 분사형 등 동사의 변형)의 ‘소리를 듣고’ 그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연습
  • 실전연습: 실제 영어 문장 속에서 들은 영어 단어의 뜻을 떠올리는 연습

(3,4,5번 공통) 추가학습: 꾸준히 새로운 어휘를 학습

6번: 단어의 형태와 문법적 순서를 바탕으로 문장 전체의 의미를 파악하는 단계

  • 기초연습 1: 여러 단어의 덩어리를 듣고 뜻을 이해하는 연습
  • 기초연습 2: 문장을 귀로 끊는 연습
  • 실전연습: (아는 단어로만 이루어진 문장을 이용하여) 귀로만 문장 전체의 뜻을 파악하는 연습

종합연습 : 실제 문장을 듣고 위 2~6단계 전체를 수행하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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